홍선생의 사는 이야기

홍선생의 사는 이야기

완전 연말이네요. 
아래는 제가 정말 잘 아는(?) <어느 치과의사의 치과 경험>입니다. 부끄러워서 쫑모임까지 다 끝난 후에야 올립니다.ㅋㅋ
이런 저런 얘기 많이 갖다 붙여 길이 무척 긴데, 심심할 때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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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업을 결정짓는데 딱 한마디가 필요했다.
고3 대학입시 원서 쓰기 전 날, 한의대에 다니는 형이 말했다. “의대나 치대 가면 군대 안 가!”

그때까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데를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치과라는 데는 누가, 왜 가는 곳인가?’ 
깡촌 시골에서 태어난데다가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어서 치과는 한 번도 가지 않고 컸다. 초딩 때 유치를 동네 아저씨가 뻰치 같은 것으로 뽑았고, 그것을 어머니가 집 지붕에 던졌던 기억은 난다.

예과 때는 치과의 ‘ㅊ’도 구경 못하고 지냈다. 입학한 곳은 치대가 아니라 자연대였다. 첫 학기 커리큘럼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국,영,수,물리,화학,생물.체육’ 고4를 다니는 줄 알았다. 나는 당연히(?) 내 치아가 몇 개 있는 줄도 몰랐다.

본1 예방치과학 시간에 교수님이 구강검진을 하시면서 내게 #47 교합면에 충치가 하나 있다고 하였다. 생각해보니 그 때까지 내 입안을 한 번도 들여다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동기들은 그간 치과를 많이 다녔고, 충전치료는 물론 금니를 씌운 친구들도 많았다.
‘나는 촌놈이라 치료를 안 한 건가?’ 처음에는 그리 생각하다가 ‘다행히도 충치가 안 생기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나 보다’로 바뀌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양치질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컸다. 조금 과장해서 얘기하면 명절에 한 번씩 닦았다. 아무튼 간에 충치도 거의 없고, 아픈 적도 없었으니 부모님께서 좋은 치아를 물려주셨나보다 생각하며 감사해했다.
->내 생애 첫 치과진료는 본3 때 원내생 상호 스켈링이었다. 그 다음이 본4때 사랑니 발치였다. 
->당시 교수님이 충치치료를 해야 한다 했는데, 나는 아직까지 이 충치가 진행되는지 27년째 관찰중이다. 큰 변화가 없다.

치과의사가 되어 부모님 치아를 처음 보게 되었다.
당시에도 아버님은 양치질을 잘 안하는 편이었고, 어머님은 뭐 드시기만 해도 바로 양치질을 하셨다. 결과는 놀라웠다.
아버님은 단단한 치석이 군데군데 있을 뿐 충치도 없고, 본레벨도 좋으셨고, 게다가 잇몸부종도 거의 없으셨다. 반면 어머님은 치석은 별로 안 보이는데, 잇몸이 전체적으로 빨갰고 소구치의 동요도가 있었다. 이건 또 뭐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버지는 견치유도가 잘 되셨고, 어머님은 전형적인 군기능교합이었다.

공보의 때부터 효자동에 있었던 자림원(장애인 시설)에 봉사활동을 나가 거의 15년간 지속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오랫동안 다니다보니 이상한 것이 보였다.
거기 오는 분들은 양치에 대한 개념은 물론이거니와 입조차 벌리지 않은 분들이 많은데 의외로 충치가 없었다. 어떤 분들은 잇몸상태도 매우 좋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분들이 많이 보였다.
->이것 또한 나중에 홍원장님께 들어서 알게 된 것이지만 그분들은 음식을 씹지 않고 삼키기 때문이다.

2005년경에 갑자기 왼쪽 소구치 부위가 시렸다. 웬일이지? 그때사 자세히 보니 #25에 패인 부분이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 시린 것은 #24번이었다. ‘양치질을 옆으로 세게 해 그 근방이 패이고 시린 가보다’ 논두렁 출신이라 표가 나는구나.ㅜ 
->전형적인 ‘abfraction’이다. 측방운동 시 시린 소구치가 견치와 같이 가이드하는 것을 스스로 발견했다. 
->사실 시린 치아가 조금씩 변했다. 패인 깊이와 시린 것이 정확히 비례하는 것은 아니고, 한창 힘을 많이 받을 때 가장 시리다.

2007년에 왼쪽 어금니가 갑자기 심하게 시렸다. 또 소구치인 줄 알았는데 검사해보니 #27번이었다. 디카로 찍어본 후 깜짝 놀랐다. 헉~! 원심측으로 진한 크랙이 보이고 그곳에 충치가 생겼다.(과거사진을 돌이켜 봤을 때 이미 조짐이 있었으나 당시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오른쪽이 scissors바이트여서 왼쪽으로 주로 식사했겠구나. 솔직히 그때까지 내가 어디로 식사하는 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환자들이 어디가 안 좋다고 하면 반절만 믿기로 했다. 세상에.. 시린 치아가 4번인지 7번인지조차 구별하기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 경험했다.

무엇보다 내측방간섭이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훗날 내측방간섭은 매우 파괴적인 것으로 크랙과 턱관절장애 등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믿게 되었다.
10년 전에 크랙을 주로 다룬 학술대회가 있었다. 강의 후 내가 마이크 들고 질문했다.(난생 첫 경험^^) “크랙과 내측방간섭이 관련 있냐?”는 물음에 모 유명한 교수님이 “교합은 치과질환과 매우 관련이 있기에 중요하다.”고 대답하셨다.

시린 것이 점점 더 심해지기에 ‘근관치료를 해야지’ 생각하며 선배치과에 갔는데, 우식부위를 갈아낸 후 실런트를 하였다. 그리고 내측방간섭을 대략 없앴다. 
->치과의사를 치료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교합간섭을 줄여서 그런지, 실런트 때문인지 시린 것은 약간 줄어들었다.

그사이 홍원장님에게 새로운 학문을 배웠다. 그동안 이해가 잘 가지 않았던 것이 비로소 해결되었다. 
특히 내 치아상태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

‘왜 내 치아는 많이 썩지 않았을까?’ ‘왜 #47에만 충치가 생겼을까?’ 
->견치유도가 잘 되는 교합이었다. 
‘그런데 #17이 협측으로 치우쳐 scissors바이트여서 교합면이 잘 물리지 않았기에 #47 교합면에 음식물이 고이면 self-cleaning이 잘 안되겠구나. 다른 곳에 비해 순환이 잘 안되니까 충치가 생겼나 보다.’ 
->충치의 원인에 대해 완전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교합의 역할에 대해. 
음식물(치태)이 고여있는 상황-유약영구치, 상악측절치 설측구, 미교합 사랑니 등-에서 충치가 잘 발생하고, 대부분은 교합적인 문제에 의한다.

홍원장님 세미나 도중 직접 환자가 되어 교합조정을 2번 받았다. 확실히 물리는 것이 개선되었고,(딱딱 물었을 때 소리부터 달라진다) 이때부터 소구치 시린 것은 완전히 없어졌다. 
->기가 막히구나. 그렇지만 교합조정이 매우 어렵고 섬세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면 #27 시린 것은 이후에도 심했다 덜했다 했고, 크랙의 전형적인 특징인 씹을 때 시큰거리는 것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이러다 발치하겠구나’
미루고 미루다 2014년 5월 단단히 마음을 먹고 치료를 아주 잘하는 후배에게 크라운을 하러 갔다. 엔도는 아프고 무서우니.. 술자와 합의하에 MTA 토미를 했다.^^
셋팅하는데, 크라운이 너무 잘 맞게 느껴졌다. 역시.. 최고야.

그런데.. 바로 그날 저녁부터 너무나 심한 변화를 겪었다. 
처음에는 크라운 한 치아가 아팠다. 그거는 그럴 수 있다 싶은데 음식물이 여기저기 다 꼈다. #26번과 27번 사이는 물론이고, 대합치인 #36번과 37번 사이도 꼈고, 심지어는 반대편 치아인 #46번과 47번 사이도 심하게 꼈다.
난생 처음 겪는 불편에 몹시 당황했다. 근데 그 뿐만이 아니라 갑자기 입냄새가 느껴졌다. 이것 또한 이제까지 접한 적인 없는, 아주 기분 나쁜 느낌이었다. 하악 안쪽으로 모든 치아가 들뜨면서 sulcus에서 냄새가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만약 어떤 환자가 크라운 하나 셋팅후에 나한테 그런 얘기를 했다면 거의 믿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교합체크를 하니 역시나 높았다. 그것도 엄청. 셋팅시에 나는 무척 편하게 잘 맞는다 생각했는데.. 
직원들 도움을 받아 가면서 셀프교합조정을 했는데, 증상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홍원장님에게 쫓아가 2회에 걸쳐 교합조정을 했다. 그러니까 많이 좋아졌다.
그래도 크라운 하기 전에 비해 음식물도 끼고, 잇몸에서의 기분 나쁜 느낌도 살짝 남아 있었다. 
이번 세미나 도중 교합조정을 다시 받은 후로 거의 좋아졌다. 
->크라운을 하면서 교합이 완전 변했을 것이다. 1등 간섭을 없애니 전체적으로 교합이 난리가 났다. 
->교합이 음식물 끼는 것과 치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실하다.
->환자가 보철 후 괜찮다고 하는 것은 거의 믿지 않기로 했다. 내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
->리콜이 중요하다. 불편이 없다 하여도 가능한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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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피곤하시죠? ㅎㅎ 
이상으로 제가 당초 계획했던 케이스발표를 마칩니다. 
누가 하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여러 개 올리다보면 얻어걸리는 것이 있겠지’ 생각해 되는 거 안되는 거 마구 올렸는데.. 많은 이해 부탁드립니다.(하하)

<교합은 그 끝을 알 수 없다. 겸손하게 공부해야 한다.>

임상가를 위한 교합학

안녕하십니까? 치과의사 홍성우입니다.
오늘날 의학은 눈부시게 발전되어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 유전자를 이용한 치료와 같은 첨단 시술이 행해지고 또한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과 150년 전만해도 병원은 사람이 살아나가는 곳이 아니라 죽어나가는 곳으로 인식되던 시기였으며 의학은 그야말로 암울했습니다. 그러던 중 레이벤후크에 의해 현미경이 발명되면서 세균의 정체가 드러났고, 파스퇴르와 코흐 같은 과학자의 노력으로 수많은 사람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생명을 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치과질환인 충치 그리고 풍치 역시 교합과 관련지어 발생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며 교합을 이해함으로써 이런 질환들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가 가능해질 수 있는데, 이런 재미난(?) 치과이야기들을 치과의사가 아닌 분들이 쉽게 이해하시고, 아울러 이런 이야기들이 좋은 치료를 위한 눈과 귀가 되어드리기를 희망하면서 두 권의 책을 2012 년, 2014 년에 출간했으며, 2023 년 11 월에 개정판을 출간했습니다.


임상가를 위한 교합학
Vol 1


임상가를 위한 교합학
Vol 2


홍성우의 임상가를
위한 교합학-개정판


잘 닦는데 왜 썩어요?

왜 혼자만 치아가 잘 썩을까요? 치료받은 치아가 또 썩는다면 정말 안닦아서 그럴까요? 재미있는 사실은 치과의사들도 충치가 있답니다.
남들은 찬물을 잘 마시는데 왜 혼자만 치아가 시릴까요? 그리고 신경치료를 해서 아예 시린 통증을 못느끼게 하는 치료가 정말 좋은 치료일까요?
왜 음식물이 혼자만 잘 낄까요? 치과에서는 인공치를 하라거나 두 개를 붙혀서 아예 끼지 않도록 하라는데 그게 맞는 치료일까요?
치과에서 교정을 하라면서 치아들을 뽑으라는데 정말 뽑지 않고서는 교정치료가 불가능할까요?
매스컴의 발달과 더불어 현대인들은 많은 의료광고를 접하게 되는데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좋은 정보를 가려내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여기 알기 쉬운 치과상식 그리고 꼭 알아야 할 치과상식을 소개드리며, 좋은 치료 그리고 꼭 합당한 치료를 받으시길 소망해봅니다.


잘 닦는데 왜 썩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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