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생의 사는 이야기

홍선생의 사는 이야기

아, 옛날이여! - 양손을 다 쓰는 사연

2004.04.13 12:01

홍성우 조회 수:14561 추천:88

이 글을 적으면서 우선 경희대 9회 동창생여러분들과 나를 위해 힘써 주신 몇몇 교수님들께 감사드린다.


원래부터 양손잡이는 아니었다.
던지기나 젓가락질은 왼손, 가위질이나 연필은 오른손으로 했었다.

그러다가 1980년에 벌어진 사건을 계기로 오른손이 할 일을 점차 왼손이 하기 시작하더니
이젠 공구를 이용한 모든 작업은 양손을 다 사용하며, 오히려 왼손이 편할 때도 있다.

1980년 내가 본과 4학년이 되면서 과대표로 뽑혔다. 그동안 학교를 얼마나 조용히 다녔었던지,
교수실을 돌며 인사하는 나를 보고 저런 학생이 있었는지 의아해하는 교수님도 계셨었다.

1980년대는 정말 암울한 시기였고 그 암울한 영향이 내게 직접적으로 와 닿았다. 나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학교를 쉬게 되었고, 이 시기가 부모님께 가장 죄송스럽게 생각하는 시절이었다.

이듬해 3월 15일에 복학을 했다.
그리고 2주에 한명꼴로 내게 배정되는 신환(처음 내원한 환자분)으로 임상점수를 얻어야 했다.

*. 본과 4학년이 되면 선배로 부터 환자분들을 물려받는데 이런 환자를 구환이라고 한다.
   학교측에서는 자기 환자가 아닌 다른 환자옆에서 observation할 때는 점수를 반만 주었다.
   환자옆에 구경꾼이 필요이상으로 많다고 생각할 때는 담당원내생에게만 주고 나머지는
   30분을 서있든 한시간을 서있든 점수를 주지 않았다. (지금 그때를 생각해도 가슴이 뛴다.)

2주에 한명꼴로 배정되는 환자분들만으로는 임상점수를 만회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래서 내가 직접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을 택해서 겨우 점수를 얻어내기도 했다.

보철과점수는 내 형님애인을 데려다가 크라운을 하면서 따냈다.
옆에서 보철과교수님이 팔장을 끼고 보고 계시고 당시 레지던트 1년차였던 우이형선배가 석션을 잡았다.

치아를 삭제하려고 (한번도 안해보았었음) 떨리는 손으로 핸드피스를 잡는 나를 보고, 그 선배가
내 귀에 속삭였다. "교합면만 해! 교합면만..."

나는 열심히 교합면을 깎았다. 그러나 손에 힘이 빠진 탓인 지 시간이 지나도 치아는 내내 그 모양이었다.
하늘이 도왔을까? 교수님을 찾는 전화가 오면서 교수님이 자리를 잠시 뜬 순간 선배가 나를 툭치며
비키라더니 자기가 열심히 깎았다.

이형이형, 고마워요... 나는 평생 못잊어요.

교정과에서는 석고모형을 광내는 작업에 큰 점수가 걸려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뭣때문에 학생들이 이 짓을 했었는지 모르겠다.

교정환자를 데려오기가 불가능했던 나에게는 내 환자가 아닌 분을 치료할 때 구경하는 것으로
점수를 따야만 했다. 그리고 어쩌다가 내 앞으로 돌아온 석고모형은 그야말로 보물단지였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대학원 선배한분이 내게 모형을 주셨는데, 모델의 외형이 잘못 다듬어져서
잇몸형상부위가 조금 깎여나갔다.

그러나 나는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5일동안 조금이라도 쉬는 시간만 생기면 모델을 다듬고 광을 냈으며,
5일째엔 내 얼굴이 석고모형에 비추일 정도까지 되었다.

이젠 되었다싶어 모델을 당시 레지던트 1년차였던 선생님께 보여주었더니, 누가 이렇게 만들었냐면서
모델을 바닥에 내박쳤고, 모델은 소리를 내며 산산히 부서졌으며 내 점수는 허공으로 사라졌다.

23년이 지난 이야기를 글로 옮기는 이 순간에도 그때 일이 바로 어제 일 같다.
자못 흥분이 되어 잠깐 쉬다가 글을 적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교정과를 들어가기가 싫어졌고, 당시 60점을 넘어야 했었는데 나는 62점을
얻어서 겨우 통과되었다.

구강외과에서도 역시 발치를 직접하면서 점수를 얻어냈다. 발치할 때도 구강외과 교수님이 팔장을
끼고 구경하고 계셨는데, 나는 치과의사이신 아버님얼굴을 생각하면서 떨리는 손과 마음을 달래가며
사랑니발치는 물론 suture도 말끔하게 처리했다.

치주과에서는 스케일링에 큰 점수가 배정되어 있었고 나는 어떻게든 환자를 확보해야만 했었는데,
시험전날에 학생들이 병원을 비운 그 때 재수가 좋으면 스케일링환자를 만날 수도 있었다.

몇월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일이 시험인 날이었고 그날도 학생들은 병원을 비웠으며,
전날 무슨 꿈을 꾸었는지 그날 오후 나는 스케일링 3건을 하게 되었다.

스케일링을 하는 동안 여기에서도 또 다른 교수님이 나를 관찰하고 계셨고, 나는 그 교수님이 요구하는
대로 팔목을 쓰지 않고 어깨를 사용하고, 또 오른손만으로 3명을 치료했고 그날로 팔이 이상해졌다.

그 뒤로 손을 조금만 움직여도 어깨가 시큰거렸고 이 느낌은 약 6년이상 지속되었다.
이때부터 나는 조금씩 왼손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왼손으로 prep.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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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가를 위한 교합학

안녕하십니까? 치과의사 홍성우입니다.
오늘날 의학은 눈부시게 발전되어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 유전자를 이용한 치료와 같은 첨단 시술이 행해지고 또한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과 150년 전만해도 병원은 사람이 살아나가는 곳이 아니라 죽어나가는 곳으로 인식되던 시기였으며 의학은 그야말로 암울했습니다. 그러던 중 레이벤후크에 의해 현미경이 발명되면서 세균의 정체가 드러났고, 파스퇴르와 코흐 같은 과학자의 노력으로 수많은 사람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생명을 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치과질환인 충치 그리고 풍치 역시 교합과 관련지어 발생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며 교합을 이해함으로써 이런 질환들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가 가능해질 수 있는데, 이런 재미난(?) 치과이야기들을 치과의사가 아닌 분들이 쉽게 이해하시고, 아울러 이런 이야기들이 좋은 치료를 위한 눈과 귀가 되어드리기를 희망하면서 두 권의 책을 2012 년, 2014 년에 출간했으며, 2023 년 11 월에 개정판을 출간했습니다.


임상가를 위한 교합학
Vol 1


임상가를 위한 교합학
Vol 2


홍성우의 임상가를
위한 교합학-개정판


잘 닦는데 왜 썩어요?

왜 혼자만 치아가 잘 썩을까요? 치료받은 치아가 또 썩는다면 정말 안닦아서 그럴까요? 재미있는 사실은 치과의사들도 충치가 있답니다.
남들은 찬물을 잘 마시는데 왜 혼자만 치아가 시릴까요? 그리고 신경치료를 해서 아예 시린 통증을 못느끼게 하는 치료가 정말 좋은 치료일까요?
왜 음식물이 혼자만 잘 낄까요? 치과에서는 인공치를 하라거나 두 개를 붙혀서 아예 끼지 않도록 하라는데 그게 맞는 치료일까요?
치과에서 교정을 하라면서 치아들을 뽑으라는데 정말 뽑지 않고서는 교정치료가 불가능할까요?
매스컴의 발달과 더불어 현대인들은 많은 의료광고를 접하게 되는데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좋은 정보를 가려내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여기 알기 쉬운 치과상식 그리고 꼭 알아야 할 치과상식을 소개드리며, 좋은 치료 그리고 꼭 합당한 치료를 받으시길 소망해봅니다.


잘 닦는데 왜 썩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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